'Chief of Staff'(CoS)라는 포지션을 아시나요?

[EO Planet 발행]
창업자, C레벨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포지션을 하며

EO Planet에 제가 발행한 글을 제 블로그에도 가져왔습니다.
따라서 어투가 다른 글들과 다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코드스테이츠에서 CoS(Chief of Staff)로 근무하고 있는 정수현입니다.

‘Chief of Staff’라는 포지션이 국내에서 흔하지는 않아서 익숙하시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뵙는 분들 뿐 아니라 지인들로부터도 종종 이 직무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Chief of Staff'가 어떤 직무이고 무슨 일을 주로 하는지 부연 설명을 덧붙이곤 하죠. ‘CEO staff’(CEO 스태프)가 있는 회사들은 꽤 있는 것 같은데, CoS와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Chief of Staff'의 직무를 보았을 때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C레벨의 의사 결정 수준을 높이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직무를 선택하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이전에 회사를 선택했을 때와 제가 목표하는 바에 아주 명확한 차이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프로덕트 매니저(PM)로서', ‘기획자로서' 실무를 정말 잘해내고 싶다. 동료들이 의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무적 역량을 갖추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그 목표를 향해 제가 가장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곳, 포지션을 찾곤 했습니다.

2021년 10월, 현재 재직 중인 코드스테이츠로 이동을 결심했을 때에는 관점이 완전히 달랐어요. 커리어 목표에서 ‘창업'이라는 옵션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이전에는 막연하게 ‘훗날 커리어에서 창업을 꼭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넥스트 스텝으로 창업을 하기 위해서 나는 무슨 경험을 더 하고, 어떤 부족함을 더 채워야 할까'라는 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어떤 업무를 어떤 포지션에서 했을 때, 집약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죠. 그래서 ‘C레벨의 의사 결정 수준을 높인다'는 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창업가의 고민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던 겁니다.

실행 마인드셋 PO에서 팀 마인드셋 CoS로

이전에 제가 프로덕트 오너(PO) 직무에 크게 매료되었던 때를 떠올리게 됐는데요. 한 제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과정을 관리하며 제품을 책임진다는 것이 굉장히 크게 다가와 선택했던 기억이 납니다.

PO로 일하면서는 스스로 실행력을 가장 강조해왔습니다. 문제를 정의할 때부터 고객과 만나기 위해 실행력이 필요하고,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의 단계마다 높은 에너지 레벨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허슬(Hustle)해야 한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문제 정의부터 지난한 제품 개선의 과정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정신으로 실행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배움에는 반대급부로 고민이 항상 따라오는 법이죠. 실행력을 앞세워 업무를 추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한 고민이 있었는데요, 많은 PM/PO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저만의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리는 제품의 비전은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그리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내심 부족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이것이 제가 Chief of Staff(이하 CoS)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CoS는 한 제품을 앞장서서 리딩하고 관리하는 PO와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많이 실행하기보다 ‘잘 의사결정하고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가깝죠. 여러 CoS 채용정보(JD)상에 정의된 역할 중 몇 가지만 보아도 확연히 느껴집니다.

  • 전사적인 전략을 구체화하고 높은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 수행한다
  • 조직의 미션 달성을 방해하는 이슈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한다.
  • 회사의 핵심 우선순위에 대해 조직간 얼라인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드스테이츠의 창업가 김인기 CEO님 인터뷰

창업가는 무슨 고민을 계속 하고 있을까, C레벨은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이 직무로 일하면서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대신 저는 더 좋은 논의와 의사결정이 많아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일차적으로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는 것이 아닌, 조직 전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팀 마인드셋이 더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마침 이 팀 마인드셋을 이해하는 저만의 경험이 있었는데요.

지금의 일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유 : 스타트업의 포인트가드

저는 스포츠를 통해 일을 접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농구 관점에서요. 어렸을 때 운동부를 하면서 배운 내용들이 지금까지도 제 관점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스타트업이 스포츠팀에도 많이 비유되는 만큼 생각보다 요긴하게 작동합니다. (이전에 브런치에 쓴 스포츠 글들이 스타트업 종사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출처 : 브런치)

저는 쭉 포인트가드(Point Guard) 포지션으로 계속 농구를 해왔습니다. 득점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농구 경기에서 포인트가드는 득점보다 어시스트와 경기 조율에 주력하는 포지션입니다. 어시스트는 같은 팀 선수가 득점할 수 있도록 적시에 패스하는 것을 의미하죠.

때문에 어시스트가 기록되는 것의 기준 역시 은근히 까다롭습니다. 패스가 명확하게 득점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구를 하다 보면 정말 좋은 패스를 줬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득점으로까지는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완벽한 기회를 만들고도 기여가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죠.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팀으로서 전진할 수 없습니다. 더 좋은 기회를 또 만들어내고, 같은 기회를 마주했을 때 다음에는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팀원을 배려한 패스, 득점하기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가드의 역할입니다.

농구 경기에서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던 순간들. (제공 : 정수현)

여기에 CoS의 관점을 입혀보면, 저는 C레벨과 실무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데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그것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한 고민을 항상 하는 것 같습니다. 매 순간이 선택의 순간인데, 어떤 것이 우리 조직 전체에게 더 유효한 결정일까 고민하면서 ‘어시스트'하고 있습니다. 물론 포인트가드처럼 CoS로서도 매번 투여한 인풋만큼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어시스트 역할에서 더욱 확장하면 포인트가드의 경기 조율 역할로 이어집니다. 팀이 흐름을 타기 위해서, 팀이 적재적소에 가장 잘할 수 있는 공격과 수비 전술을 취하기 위해서 포인트가드는 많은 요소를 고려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감독이 코트 밖에서 전체적인 방향성을 이끌고 나간다면, 포인트가드는 이를 기반으로 현재 코트 위에는 어떤 선수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현재 경기 흐름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파악해서 매 턴마다 좋은 의사 결정으로 이끕니다.

완전히 다른 스포츠 이야기이지만 익숙하지 않나요? 코트 위 선수들의 조합은 현재 우리 기업의 인력 구성과 조직 역량으로, 경기 흐름은 시장 상황으로 대입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요소들을 항상 고려해서 ‘우리 팀'이 본래 타깃으로 삼은 시장에서 제품으로 좋은 공격을 하기 위해, 항상 집중하고 있습니다.

코드스테이츠 팀 사진. (제공 : 정수현)

마무리 :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마무리 역시 스포츠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을 접목해볼까 합니다.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선수들이 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다 보면, 그것이 곧 본능, 직관이 돼 자연스럽게 중요한 순간에 발휘됩니다. 이를 ‘머슬 메모리’라 칭한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경험이 가진 힘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경험한 만큼 성장하고 발휘할 수 있다는 상투적인 말을 저는 꽤나 신봉하는 편입니다. 지금 코드스테이츠에서 창업자와 C레벨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보다 유효한 인풋을 투입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이 제게는 머슬 메모리를 기르는 과정입니다.

처음 코드스테이츠 CPO와 커피챗을 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교육시장이라는 어려운 시장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다고, 조직에 사람도 많아지면서 원 팀으로 달려나가는 것에도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씀주신 점이 생각납니다.

단순히 좋은 팀이고,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이런 고민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저를 끌어당겨 지금까지도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듯합니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코드스테이츠 팀의 ‘포인트가드’가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머슬 메모리를 기르는 것이 앞으로도 저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