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재 채용 전에 꼭 점검해야 하는 한 가지

외부 인재 채용 전에 꼭 점검해야 하는 한 가지

명문 NBA 구단이 알려주는 ‘채용 브랜딩’의 정석

EO Planet 발행
EO Planet에 제가 발행한 글을 제 블로그에도 가져왔습니다.
글 링크

살아있는 전설, 르브론 제임스의 연장 계약

스포츠 팀과 스타 선수가 쌓는 관계의 상징성

1984년생, 프로 19년차, 한국 나이로 39세의 르브론 제임스는 지난 8월 소속팀 LA 레이커스와 2년 9700만달러의 연장계약을 맺었다. NBA에서 누적으로 가장 많은 샐러리(급여)를 받은 선수가 됐다. (커리어 통산 5억 3200만 달러).

LeBron James, Lakers Agree to 2-Year, $97.1M Contract Extension; Max Value of $111M
LeBron James has been traded for the first time in his career. The Los Angeles Lakers traded JamesDAY OF WEEK XtoTEAM Xin exchange...

스포츠 선수로서 이미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임에도 아직 리그 정상급 레벨에서 경쟁하고 있는 르브론이다. 커리어 전체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레전드로 역사를 계속 쓰는 중이다. 하지만 단일 시즌 관점에서 보면 예전처럼 시즌 전 경기를 나오기도 어렵고, 팀을 우승급으로 이끌고 갈 만한 힘에도 이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모두의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레이커스는 르브론과 2년 연장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이번 계약이 갖는 상징성이 사뭇 남다르다. 레이커스와 르브론이 보여준 이번 계약 사례를 통해 스포츠 팀들이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관계를 쌓는 방식, 그리고 그 관계를 레버리지해 팀의 브랜딩으로 재활용하는 방식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요즘 '어떻게 하면 좋은 분들을 영입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모든 회사가 갖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좋은 분을 어떻게 모셔올 수 있을까", “우리 팀은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팀이 될까"의 고민은 언제나 ing 상태에 있는 고민이기에, 스포츠팀에서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더 들여다보게 됐다.

르브론 연장계약이 갖는 의미

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 (Why LeBron James Is Worth $100 Million to the Lakers, Win or Lose) 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현재 레이커스 팀에게 어떻게 1억 달러 (계약금액 9700만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 계약을 하게 되었는지 다뤘다.

“르브론 제임스가 농구 경기에서 이기기만 해도, 그의 역할은 충분히 다 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의 가치는 코트 밖에서 나온다.”

르브론의 1억 달러 계약은 실제로 경기 승리보다 비즈니스 사이드에서 그 가치를 더욱 담고 있다. 르브론이 아직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르브론의 은퇴 시기가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조급해지며 일종의 공포효과가 생길 수 있다. 팬들은 은퇴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더욱 절실하게 레이커스 홈 경기를 방문할 것이고, 르브론이 통산 기록을 하나하나 경신할 때마다, 기록 경신 기념 굿즈들로 또 다른 막대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르브론이라는 선수가 레이커스라는 구단과의 관계, 구단 측 대우에 만족함을 통해 ‘구단과 2년을 더 함께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게 됨으로써, 레이커스라는 팀의 브랜딩은 더욱 공고해졌고, 비즈니스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스포츠 팀과 소속 스타선수 사이의 정서적 요소

팀이 보여주는 리스펙, 구성원이 더하는 비즈니스 가치

미국의 유명 기업인이자, NBA 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마크 큐반(Mark Cuban) 역시 구단주로서 팀과 팀의 소속 선수를 사랑하는 것으로 매우 유명했다. 그의 인터뷰도 위 기사에 인용됐는데, 그 내용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마크 큐반은 덕 노비츠키라는 NBA 레전드 선수이자 댈러스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본인 손으로 직접 고용하여 은퇴할 때까지도 맥시멈에 가까운 계약을 안겨줬다. 레이커스 구단이 이번 계약에서 르브론 제임스를 대한 방식과 사뭇 비슷하다.

큐반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엔 매우 강한 정서적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다른 비즈니스들과 분명히 다르다. NBA 팬들이 덕(덕 노비츠키, 전 댈러스 소속 레전드 선수)이나 르브론 같은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정서적 연결을 다른 어떤 비즈니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There is a very strong emotional component as well,” Mark Cuban, the owner of the Dallas Mavericks, said in an email. “Professional sports are unlike any other business. You will not find the emotional attachment to players that Mavs and N.B.A. fans have, like they do to Dirk or LeBron or so many others, in any other business.”
“아무도 구글에 최애 프로그래머가 있다고 말하거나, 이번 iOS 업데이트를 한 애플 개발자가 올타임 페이보릿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No one says they have a favorite programmer at Google or the person who updated their iOS at Apple is their all-time favorite and they have their trading card,” Cuban said.

큐반이 표현한 스포츠의 정서적 요소, 그리고 그 정서적 연결을 기반으로 그가 소속 스타선수에게 갖는 리스펙은 아래 한 줄로 표현된다.

그동안 Dirk(덕 노비츠기)가 Mavs(댈러스) 구단에게 준 것만큼 어떤 누군가가 한 조직에 기여한다면, 그냥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대로 해주세요.

“When someone has given as much to the organization as Dirk did for the Mavs, you just ask what he wants to do and do it,” Cuban said.

실제로 큐반과 레이커스가 취한 접근 방식은 다른 팀 스타 선수들에게 시그널로 작용한다. ‘이 팀은 자기 팀의 스타 선수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어하는 팀이구나’라고 말이다.

르브론 제임스가 레이커스로 이적해 올 당시에도, 레이커스 출신 레전드 선수들이 이런 구단의 대우에 대해 방증해준 것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레이커스는 많은 레전드 선수들이 꽤 오랜 기간 활약한 구단으로 인식되며 명문구단이 됐다.) 그렇게 전현직 스타 선수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모여, 리그의 선수들에게 레이커스라는 구단은 더더욱 매력적인 팀으로 인식되게 된다.

댈러스와 레이커스가 그들의 스타 선수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타 팀의 스타 선수가  “나도 저 팀에 간다면, 저런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명문구단의 한 페이지를 쓰는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레이커스는 리그의 모든 선수들에게 ‘우리 팀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있고, 우리는 이들과 오래 가고자 하는 팀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면 레이커스에서 뛰자'는 메시지를 계속 내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크 큐반 구단주는 (모든 구단주들이 본인처럼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구단주들이 여럿 남아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비록 그가 프로스포츠와 다른 비즈니스들이 다르다고 언급하긴 했으나, 다른 산업에 있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확장해보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팀과 구성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곱씹어볼 측면이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연장계약’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는 회사와 구성원간의 관계가 정립되는 시점이 채용 시점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연봉협상 시점 정도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물론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팀과 구성원의 신뢰 관계 역시 하루아침에 쌓아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개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되기보다는 주변 동료, 혹은 이전에 소속되어 있었던 사람을 포함한 누적 데이터를 보면서 ‘인식'이 형성되는 법이다.

다시 서두에 던졌던 주제로 돌아가 보면

모든 회사가 좋은 분들을 어떻게 영입할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좋은 분을 어떻게 모셔올 수 있을까", “우리 팀은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인 팀이 될까"라는 질문 말이다.

레이커스와 댈러스 사례를 통해 느낀 것은 외부의 후보자에게 우리 회사를 얼마나 잘 어필하는지, 우리 조직의 성장과 성과가 어떤지보다 현재 우리 팀의 핵심 인재와 우리 조직 간의 관계가 얼마나 공고한지 여부가 오히려 진짜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좋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해 외부의 좋은 인재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의 고민에 앞서, 외부의 인재들이 봤을 때 이 팀, 이 회사는 그 구성원과 얼마나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

썸네일/본문 이미지 출처 : https://www.nytimes.com/2022/09/03/sports/basketball/lebron-james-lakers-contract.html